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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힘

작고 기특한 불행/ 오지윤 산문집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by 롱이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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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기특한 불행/ 오지윤 산문집



 

제9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오지윤 작가의 <작고 기특한 불행>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너도나도 이야기하는 소확행 대신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소소하고 확실한 불행'을 따스하게 품어낸 기록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불행한 것 같아 외로운 날, 근거 없는 "힘내" 대신 "너만 그런 거 아니야"라며 다독여 주는 친구처럼 곁에 두고 끝없이 읽고 싶은 글들이 빼곡히 담겼다. 크고 작은 불행을 마주하는 일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눈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하루에 필요하다고, 작가 오지윤은 솔직한 목소리로 자신의 하루하루를 여과 없이 펼쳐 보인다.

크고 작은 불행을 마주하는 일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눈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하루에 필요하다고, 저자는 솔직한 목소리로 자신의 하루를 펼쳐 보인다. 어쩌면 지금 행복한가 묻는 물음표보다,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줄임표가 우리 어른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내일이라도 작은 잎 하나를 떨굴지 모르는 화분을 볼 때와 비슷할 때, 우리는 그늘진 일상에서도 고개를 들 수가 있다.

 

 

 



어쩌다 보니 9회 브런치북 대상작 콜센터의 말에 이어서 작고 기특한 불행을 읽게 되었다. 이 책 너무 재밌잖아? 아직 30페이지도 못읽었지만 내 감이 틀릴일이 없다. 오랜만에 흥분돼서 블로그부터 열었다. 이 책을 읽을까 고민하고 계시다면 나는 추천합니다!

 

 

 


1. 교환학생 시절 매일 타고 다니던 지하철이 떠오른다. 나는 독일어를 모르니 시끄러운 지하철 칸에서도 참 자유로웠다. 누군가는 언어를 모르면 답답하고 외롭다고 하는데, 나는 그 무지함에서 오는 자유가 좋았다. 내가 모든것을 이해했다면 참 피곤했을 텐데. 그들이 욕을 하든 사랑을 나누든 이방인인 나에게는 '어떤 풍경'일 뿐이다.

 


2. "지윤아. 나도 거지 같아." 참 이상한 일이다. 서로 불행하다며 아웅다웅하는데 왜 우리는 웃음이 나는 걸까. 나만 힘든게 아니고 그도 힘들다는 사실이 왜 우리를 웃게 만드는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도 내 불행을 L에게 한껏 떠먹여 줬으니 자책하진 않기로 했다. 우리는 서로의 불행을 나눠 먹으며 위로를 받고 서로를 더 껴안아 주게 되니 오히려 좋다.

 



3. 오늘 아침, 아빠도 느꼈을까. 시한부 선고 같은 가을바람. 가을바람이 불고, TV 속 채널의 개수는 유한하고, 아빠와 딸의 시간도 유한하다. 빠르게 증발해 버리는 나의 시간은 아빠의 과거이고 서서히 배수되는 아빠의 시간은 나의 미래임을 안다. 머뭇거리던 나의 엄지손가락은 결국 이상한 역꼰대 노릇으로 상황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루라도 더 젊으실 때, 매일을 소중하게 살아요."

 

 


5. 몇 년 전 '주섬주섬'이라는 단어가 좋아 써 놨던 글을 덧 붙인다. '큰 줄기 없이 이것저것 주워 담고 있지만 그 속에 품고 있을 수줍은 지향성이 좋다.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해 주변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어린아이 같은 단어라 좋다. 매일 주섬주섬 발품을 팔아 모은 뗄감이 언젠간 좋은 불씨를 피워 내겠지. 너도나도 그랬으면.

 

 

 

6.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해 버린 날이 있다. 상대방에게 맞장구를 쳐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괜히 내 치부를 드러낸 날도 있고 웃기지도 않은 드립을 치느라 누군가를 불편하게 한 날도 있다. 하루 종일 뱉은 말이 타지도 않는 쓰레기가 돼 지구에 영원히 남을 것 같은 날(...)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익숙해져야 해' 오지윤이 오지윤에게 말했다. 오늘은 이렇게 활자 하나라도 음절 하나라도 더 줄이기로 한다.

 

 

 

7. 나의 인생은 '기어이'가 많아질수록 풍성해질 거라 믿는다. 기어이 무언가를 저질러도, 인생은 크게 잘못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 버렸다. 크게 잘못되기에는 우리가 너무 작은 존재다. 오늘도 '기어이'의 변곡점을 기다린다.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자. 그 순간이 되면 모든 건 저절로 일어날 것이다.

 

 

 

 

 

단숨에 읽고 블로그를 마무리하면서.. 에세이 책을 읽다 보면 특히나 글을 맛깔나게 쓴다고 느껴지는 작가들이 있다. 만화책도 아니고 유머집을 읽고 있는게 아닌데 재밌어서 웃음이 난다. 대표적으로 김혼비작가 책들이 나한테 그랬는데 오늘 이후로 추가 된 오지윤작가.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과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이후로 오랜만에 유쾌한 책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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