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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힘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by 롱이 202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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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쇼코의 미소 이후 2년만에 펴내는 최은영의 두 번째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 일곱 편의 중단편소설을 엮어낸 소설집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 어떤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과거를 부러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잊고 있던 어떤 풍경을 우리 앞에 선명히 비추는 소설들 속에는 미숙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마음 안에서 거세게 일어났다 잦아드는 흔들림이 담겨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기억을 마주한다는 건 미련이나 나약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용기에서 나오는 것임을, 미숙함 탓에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위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출판사 서평> 특정한 시기에 여러 번 듣게 된 노래에는 강력한 인력이 있어 그 노래를 다시 듣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기억이 함께 이끌려 나온다. '내게 무해한 사람' 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은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잊고 있던 어떤 풍경을 우리 앞에 선명히 비추는, 한 시기에 우리를 지배했던 그런 노래 같은 소설들이다. 그렇게 불려 나온 풍경의 한편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멀어진 사람들, 그 시절엔 붙어다니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던 친구와 연인, 자매와 친척들이 자리해 있고, 다른 한편에는 그런 시간의 흐름에도 마모되지 않는 마음이 박혀 있다. 최은영은 이 미숙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비추며, 그 안에서 거세게 일어났다 잦아드는 마음의 흔들림을 섬세하고 정직하게 써내려간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우리는, 과거는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재조명되며 다시 살아나는 것임을, 기억을 마주한다는 건 미련이나 나약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용기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수아의 단단한 사랑을 받고 나니 그렇게 두려워하던 사람들의 시선과 자신에 대한 판단이 예전만큼 겁나지 않았다.

 

 

 

수아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었고, 선택의 순간마다 하나의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는 것이 수아의 방식이었다. 반면 이경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끊임없이 생각했고,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알지 못했는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 후회가 더 크리라는 것만은 확실할 수 있었다.

 

 

 

"너가 착하게 굴어야지 엄마가 아들을 낳지" 할머니는 엄마가 보는 앞에서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했고, 나는 그게 엄마를 괴롭히는 말이라는 것을 느끼면서도 마땅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서 할머니를 더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그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쩔쩔맸다. 아줌마의 고루함을 비웃던 엄마도 꼭 아들이 필요하다는 어른들의 말에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것이 임신을 위한 퇴사였다는것을 나는 나중에 친척들에게 들어 알았다. 애미가 되어서 돈 번다고 애를 방치한다는 말을 듣던 엄마는 막상 직장을 관두고 나서는 남편 잘 만나 집에서 속 편하게 노는 여자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피치 못할 선택을 한 사람들에게 자신들 삶의 모순을 또박또박 말하는 건 잔인한 짓이 될 테니. 그 시간들을 거치지 않은 인간으로서 그런 비판을 하는 것 만큼 쉬운 일은 없을 테니까.

 

 

 

 

최은영 작가만의 감정선과 표현들이 좋다. 가볍게 읽히지만 막상 읽다보면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집중해서 읽어지게 된다. 쇼코의 미소로 시작해서 밝은 밤, 내게 무해한 사람까지 읽었지만 그 중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밝은 밤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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