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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힘

안녕한,가/ 무과수

by 롱이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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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한,가/ 무과수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전하는 소박하고 성실한 일상의 기록)



 

 


에디터 무과수의 에세이. 필명 무과수는 어루만질 '무', 열매 맺는 나무인 '과수'를 더해 만든 이름으로, 가진 재능을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데 쓰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사계절 플레이스트처럼 여름, 가을, 겨울, 봄의 순서로 글과 사진을 토해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뜻밖의 위안을 전한다. 성실하게 쌓아 올린 '하루'의 힘을 믿는 그의 기록은 도시 생활자를 위한 진정한 '일상의 기술'이다.

 


<프롤로그> 봄과 여름 사이 그 어디쯤. 선선한 밤공기의 끝자락을 붙잡으며 가로수 아래를 한없이 걷는다. 얼굴을 푹 파묻고 싶어지는 아카시아의 달콤한 향이 코끝에 번져온다. 곧 매미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몸을 감쌀 것이다. 종종 '인생이란 무엇일까'하고 질문을 던졌다. 어떤 날은 희망에 차서 미래를 잔뜩 그리다가도 또 어떤 날은 막막함에 가슴이 저려온다. 희망과 절망을 번갈아 가며 울고 웃고,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는 행복을 좇으려 참 열심히도 살았다. 그러다 매일의 일상을 텃밭처럼 가꾸며 삶에 애정을 쏟기 시작했다.





<인정> 날이 선 마음이 요즘 나를 힘들게 한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옳아매서 그런지 더욱 견디기 힘들어진다. 마음을 다독이며 '괜찮아질 거야'가 아닌 '그냥 그런거야'라고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기록> 별것 아닌 나의 기록들이 자꾸만 좋은 사람들을 내 곁으로 데려다 준다. 그래서 계속 쓰게 된다.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가감 없이 나를 드러내며 솔직하게 쓴다. 그러다 보면 점점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 조용히 곁으로 다가와 남는다. 나를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 이제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어 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와 이름 모를 누군가를 향해 편지를 띄운다. 단 한 줄을 쓰더라도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서.



 


<식물> 토마토 하나가 빨갛게 익기 시작했다. 날이 더워지니 식물의 변화가 급속도로 빨라진다. 한시라도 눈을 떼면 결과만 보게 되니 더 자주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과정을 함께한다는 데 의미가 있으니까.


 

 


<여행> 여행은 수많은 기준과 말들로 꽉 차 있는 시간 속에서 나를 잠시 꺼내주었고, 스스로와 대화할 수 있는 조용한 방 하나를 선물해주었다. 나는 그곳에서 여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소란을 잠재우고, 다시 돌아가도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졌다. 일상 속에서도 그런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다. 숱한 말들에 또 하나의 말을 보태기보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잘 걸러내는 것.



 


<생각>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알아야 한다.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잘 알아야 한다. 나는 어떨 때 행복한지, 어떨 때 괴롭고 슬프고 아픈지. 그렇게 경험치를 쌓다 보면 이전보다 원하는 것을 조금 더 가까이, 싫어하는 것은 멀리할 수 있게 된다.



 


<끝과 시작> 지난여름,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그 계절에 어울리는 문장을 읽었는데, 그 뒤로 한참이 지난 가을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덮었다. 재촉하지 않아도 끝과 시작은 어딘가에 있는 듯하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법.



 


<초승달> 예쁜 초승달을 시작으로 쏟아질 것처럼 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을 돗자리에 누워 한참이나 바라봤다. 지금처럼 매 순간순간 진심으로 살아가다 보면 꽤 괜찮은 인생이 되어 있지 않을까.





<겨울> 무너졌던 균형을 다잡고 잠시 쉬어가는 법을 배운다.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바삐 사느라 놓치고 있었던 일상을 회복하는 시간. 이제 어떠한 추위도 더는 두렵지 않다. 그럴수록 더 뿌리를 깊게 내려 더 단단하게 버텨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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