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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힘

사양/ 다자이 오사무

by 롱이 2022.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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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다자이 오사무


세계문학전집 '인간실격'의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또 다른 소설
지는 해를 뜻하는 '사양'이다.


인간실격, 사양에서도
남성 작가임에도 여성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매우 섬세하게 표현했기에
잠시 게이가 아닐까도 생각했는데
평생을 화류계 여성들 치마폭에서 살다
4번의 자살시도 끝에
게이샤와 동반 자살했다고 하니
그건 아닌가 보다..
다자이 오사무에 인생에 대해서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인생 그 자체가 우울해..

처음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읽었을 때
책으로도 사람 감정을
바닥끝까지 어둡고 우울하게
느끼게 만들 수 있구나 충격이었는데
역시나 '사양'도 읽는 동안
마음이 무겁고 우울했다.
책을 통해서 뭔가를 배우고 느끼는 감정중에
이렇게 사실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작가가
다자이 오사무 말고 또 있을까 싶다.


그 유명한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로
시작하는 인간실격과 마찬가지로
사양의
"말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저를 믿어주지 않아요."
도입부부터 나를 꽉 잡는다.

 

말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저를 믿어주지 않아요.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저를 경계한답니다
단지 그립고, 얼굴이 보고 싶어서 찾아가도
뭣하러 왔느냐는 눈빛으로 저를 대합니다.
견딜 수가 없어요.
이제 그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바로 집 근처 목욕탕에 가더라도
말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저를 믿어주지 않아요.
꼭 해 질 무렵만 골라서 간답니다.
그 누구이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지요.

 

 

창문에 달님이 보인다.
쪼그려 앉아 박박 문질러 빨면서
달님에게 살짝 미소를 던진다.
달님은 모르는 척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문득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 있을 불쌍하고
외로운 여자아이가 나와 똑같이
이렇게 빨래를 하면서 달님을 향해
가만히 웃었다고,
틀림없이 웃었다고 믿게 되었는데,
(...)
우리의 고통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
이제 곧 어른이 되면,
우리의 괴로움과 외로움은 우스운 거였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추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완전히 어른이 되기까지의
그 길고 짜증 나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귀여워..

거울을 들여다보니 어머나 하고
놀랄 정도로 얼굴에 생기가 넘친다.
얼굴이, 다른 사람이다.
나의 슬픔과 고통, 그런 기분과는
전혀 상관없이 별개로
자유롭게 생기가 넘친다.
(...)
아름다운 저녁 하늘을 오랫동안 쳐다봐서
이렇게 예쁜 눈이 된 걸까? 좋았어.




내가 '사양'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

`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다음엔 아무것도 못 쓰겠다.



 

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전혀 모르겠어요.
살고 싶은 사람만 살면 돼요.(...)
이러한 내 생각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사람들은 공연히 두려워하며
분명하게 말하지 않을 뿐이죠.
나는, 나라고 하는 풀은
이 세상의 공기와 햇빛 속에서
살기가 힘들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나로선 안간힘을 쓴 거예요.
(...)
나는 천박한 인간이 되고 싶었어요.
강해지고, 아니 난폭해지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것이 소위 민중의 벗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술 같은 걸로는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늘 어질어질 현기증을
느끼지 않으면 안되었어요.
(...)
간밤의 취기는 완전히 사라졌어요.
난 온전한 정신으로 죽는 거예요.
다시 한번, 안녕
누나.
나는, 귀족이에요.

 

결국 나오지는 자살을 한다.
이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어서 충격이었어..
마지막 유서에서까지
자신을 귀족이라고 칭하는 나오지를 보면
계급을 버리지 못하고
스스로를 나약하다 느끼면서
한계라고 생각한 거 같다.
결국에는 귀족이었던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지위가 사라지는 충격을
내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소설의 필수조건인
읽은 후에 나에게 얼마나 여운을 남기느냐
'사양'은 그 여운을 찐하게 남겨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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